패션을 거부한 패션 사진가, 피크닉 〈데보라 터브빌: 분위기〉
미국 사진가 데보라 터브빌(Deborah Turbeville, 1932-2013)의 국내 첫 전시 〈데보라 터브빌: 분위기〉가 10월 23일부터 회현동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는데, 터브빌의 아카이브를 소장한 미국 무스 컬렉션(MUUS Collection)과 협력해 원작 102점과 뉴욕에서 새롭게 제작한 프린트 88점 등 약 200점을 선보이며 전시는 2027년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1975년 미국 〈보그〉에 실려 독자들의 거센 항의를 불러일으킨 '배스하우스(Bathhouse)'부터 손글씨와 잘라낸 이미지를 더해 만든 가상의 패션 잡지 '마키야주(Maquillage)', 미발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130여 점의 포토콜라주 중 20여 점의 원작을 선보이는 '패스포트(Passport)'까지 이어지고, 전시 공간 디자인은 영화 프로덕션 디자이너 윤성혜가 맡아 오래된 문틀과 허물어진 듯한 아치로 사진 속 낡은 공간을 전시장 안에 구현했다. 특유의 흐릿한 초점과 빛바랜 색조 속에 의상을 조용히 묻고 '분위기'를 이미지를 구축해 가는 방식으로 삼은 터브빌의 작업은, 옷을 보여주는 대신 장면을 설계하는 방식이 패션·사진·전시 디자이너에게 참고가 된다.